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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희의 도플갱어 영화 - 사랑하는 이의 마음 읽고 진실해지기

임근희의 도플갱어 영화
글 임근희

사랑하는 이의 마음 읽고 진실해지기


 

영화 <왓 위민 원트>의 닉은 일 욕심에 욕실에서 여자 용품들을 이것저것 써보다가 바닥에 넘어져 정신을 잃는다. 
그런데 다음날 깨어난 그에게 이상한 능력이 하나 생긴다. 
주위 여자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이다. 
닉은 이 능력을 회사 내 라이벌인 달시의 마음속 아이디어들을 훔쳐내는데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점점 그 녀의 속마음을 읽고 이해하게 되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결국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닉을 승진시키고 달시를 해고하려고 한다. 
달시로부터 훔쳐낸 아이디어들로 승승장구했던 닉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잘못되어가는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영화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의 칼은 아내 에밀리와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다가 이혼을 통보받는다. 
덤으로 아내의 외도 사실까지 알게 된 그는 집을 나와 방황하던 중 술집에서 젊고 매력적인 제이콥을 만난다. 
칼의 하소연을 들은 제이콥은 칼을 중년 의 아저씨에서 멋쟁이 남자로 바꾸기 시작한다. 
진실한 마음이 빠져있는 제이콥의 실전 연애 기술을 전수받은 칼은 그 어떤 여자도 유혹해낸다. 
17세에 결혼해 25년을 아내와 함께 하며 아내에게만 충실했던 그에게 사랑은 더이상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점점 아내 에밀리가 그리워진다.

필자는 한여름에 독한 감기에 걸린 아내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다. 
아기도 감기에 걸려 둘 다 병원을 일주일째 다니고 있다. 
약을 계속 먹는데도 잘 낫지를 않는다. 
올해 들어 이런저런 사정들이 많아 아내와 아기옆에 있는 시간이 줄었다.
어쩔 수 없이 아내가 육아에 더 힘쓰게 됐고 때문에 피로가 쌓이고 결국 몸에 이상이 온 것 같다. 
아내를 위해 나름 노력해보지만 아내의 표정은 잘 밝아지지 않는다.



<왓 위민 원트>의 주인공 닉은 세상과 여자를 겉만 보고 판단한다. 
주변에 그를 좋아하는 여자들은 많지만, 그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벼운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이상한 능력이 생겨 여자들의 속마음 을 듣게 되고, 점점 겉으로 보이는 게 여자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들의 진 심을 느끼게 되면서, 그는 그동안 자신의 삶이 거짓 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러자 갑자기 생겼던 이상한 능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이제 사랑하는 그녀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아도, 그는 계산하지도 꾸미지도 않은 자신의 진심을 그녀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의 주인공은 아내가 떠난 뒤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해 수많은 여자들과 가벼운 사랑을 나눈다. 
그럴수록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은 깊어지고 진 지해진다. 
아내는 오랜 결혼 생활의 권태로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남편을 점점 그리워하게 된다. 
결국 사랑을 시작했던 25년 전을 떠올리는 계기를 경험한 후 그녀는 남편을 다시 소울메이트로서 받아들인다. 
남편보다 멋있던 남자도 아내보다 더 화려했던 여자들도 결국 소울로는 자신과 연결될 수 없음을, 둘은 깊이 깨닫는다.

결국 아내는 감기를 이겨냈다.
아이를 돌보며 밥과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일 때문에 주말에도 자리를 비우는 나한테 섭섭할 수도 있는데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는 감기 가 낫자마자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했고, 결국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면허시험을 통과했다. 
아내가 면허증을 받은 날, 
밤늦게 집에 들어와 보니 아내와 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제대로 축 하해주지도 못했는데…. 

일한다고 글 쓴다고 쉽게 예민해지는 나를 항상 이해해주는 아내. 나와 달리 아내는 씩씩하고 밝다.
그날 잠들어 있는 아내의 깊은 숨소리를 들으며 아내한테 진심으로 고마웠다.



필자소개 임근희 
이야기 애호가. 
그동안 영화, 음악, 소설 등등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스무 해 넘게 살아오다가, 그래도 무언 가 남겨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4년 전부터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얼마 전 <그들의 일: 자정의 시작> 이라는 소설을 냈다. 
그리고 직접 쓴 원안을 바탕으로 영화도 한 편 제작될 예정이다. 
현재 약간의 번아웃 상태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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