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고 아름다운 꽃 천국, 프랑수와즈 아줌마의 정원
어쩌다 처음 들르게 된 프랑수와즈 아줌마의 정원은 나에게는 거의 충격이었다.
깡마른 아줌마 혼자서 어떻게 이 큰 정원을 건강한 식물들로 빼곡히 가득 채웠을까.
아줌마의 텃밭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꽃 천국이었다.
건강하게 자란 야채들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 있었고 밭의 가장자리에는 꽃들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나는 수시로 꽃을 구경하러 아줌마네 텃밭에 갔다.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의 꽃들이 피고 지며 꽃들의 시즌 패션쇼가 벌어지곤 했는데, 알고 보니 텃밭에서 저절로 자라난 꽃들을 아 줌마가 가장자리로 옮겨 심다 보니 그렇게 많아진 것이라 한다.
아줌마의 텃밭에 뿌리 내린 꽃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키를 자랑하며 서로의 색을 뽐내고 있었다.
텃밭의 다른 구역에는 비닐하우스 하나와 닭들이 뛰어다니기 좋은 커다란 닭장이 있고 사과, 체리, 자두, 살구 등 과일 나무들이 여기 저기 있었다.
육십대 부부가 먹기에는 차고도 남을 엄청 많은 양이지만 아줌마네는 버리는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매주 몇 상자의 야채들은 아줌마의 아들, 딸 가족네로 간다.
아줌마의 창고는 밭에서 따온 열매와 야채들로 가득 차 마치 가게처럼 보였다.
햇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 집 뒤쪽 창고의 벽면 쪽에는 다양한 과실주, 사이다 등 직접 만든 음료들이 선반에 가득 차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잼, 삶아서 진공 유리병에 담아둔 야채 등도 가지런히 보관돼 있었는데 각 병에는 만든 날짜와 내용물에 관해 꼼꼼히 적혀 있었다.
아줌마 말대로 전쟁이 일어나도 3년은 거뜬히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그 후 자극을 받아 짬짬이 아줌마를 따라 무언가를 만들곤 했다.
아줌마 마당에서 엄청나게 자라고 있는 고수를 처리할 겸 올리브오일과 호두를 넣고 갈아 페스토를 만들어 시장할 때마다 기분 좋게 실컷 먹었다.
아줌마 마당에서 엄청나게 번식을 해버린 배추과의 식용 꽃으로 김치를 담가 맛있게 나눠 먹었을 때 아줌마는 그 누구보다 뿌듯해했다.
그렇게 아줌마가 일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니 이건 뭐, 휴가도 없이 겨울에도 종일 마당에 서 뭔가를 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노동이었다.
아이들이 자는 밤에도 손을 움직여야 했고 해가 뜬 낮에는 흙을 만지고 다듬고 고르는 등 단순한 노동의 끝없는 반복이 이어졌다.
해를 넘기면서 우리 집 텃밭에도 프랑수와즈 아줌마네서 온 채소와 꽃들이 자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