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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탐식유랑단 - 어제의 자연, 오늘의 정성, 내일의 두부 <마천중앙시장 두부전문점 내일도두부>

방방곡곡 탐식유랑단

윤혜자
사진 윤혜자, 김일도


어제의 자연, 오늘의 정성, 내일의 두부

마천중앙시장 두부 전문점 <내일도두부>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 허락된 식량이 단 한 가지로 제한된다면 당신은 어떤 식품 혹은 음식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누구는 삼겹살이라고 했고, 어떤 이는 초밥이라고 했으며 또 누군가는 김치라고도 답했다.
난 선뜻 답하지 못했다.
세상의 많은 음식을 버리고 한 가지 음식만 선택하라니,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며칠 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답을 내렸다.
내 대답은 바로 ‘콩’이었다.
콩으로 할 수 있는 음식은 정말 많다.
그 중 으뜸은 두부다.
콩을 불리고 갈아 콩물에 간수를 넣어 끓이고 기다리면 두부는 절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나온 완성품은 두부이며 그 밖에도 콩물, 순두부, 비지 등의 부산품도 얻을 수 있다.
이 얼마나 완벽한 식품이란 말인가?
그뿐인가? 두부는 식사 대용으로도 좋고 양념장만 하나 있으면 안주로도 손색이 없으니 나 같은 술꾼에게 이만한 음식은 없다.




양념 없이 먹어도 고소한 뜨끈뜨근 손두부의 매력

최근 발견한 마천중앙시장의 <내일도두부>의 두부는 질감에 있어선 재래두 부와 포장두부의 중간에 있다.
매우 부드럽지만 단단하다.
두유를 마시는 듯 고소하고 간도 되어 있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요리를 해먹어도 좋다.
그 중 으뜸은 들기름에 부쳐 먹는 것이다.
재래시장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깨끗하고 단정한 인테리어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어려서부터 엄마를 따라 마천시장을 많이 다녔어요.
이 동네에서 자랐으니까요.
이 집은 원래 제가 자주 다니던 즉석 두부집이었죠.
그런데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제가 두부를 배워서 이 집을 운영하겠다고 했어요.
재래시장에 제대로 된(위생적이고 맛의 변화 없는) 즉석두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이곳에 제 생각과 취향을 듬뿍 담았습니다.
한편으론 제가 자라온 재래시장에 젊은 청년의 활기를 불어넣어보고 싶기도 했어요.”
<내일도두부>의 김일도 대표는 자신의 이름 ‘일도씨’를 브랜드로 음식점을 여럿하고 있다.
이 두부집도 그런 음식점 중 하나다.
여러 음식점을 운영하니 그가 이곳에서 매일 두부를 만들지는 않는다.
김 대표는 두부를 만드는 방법을 공식화하여 시스템화한 후 때때로 그 과정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을 하고, 그의 공식에 따라 언제나 일정한 맛을 내는 두부는 직원들이 만든다.
일반적으로 두부는 성형 틀에 누른 후 찬물에 식힌다.
그래야 보관 기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부 맛이 흐트러진다는 것이 김일도 대표의 생각이다.
<내일도두부>는 이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소비자에게도 최상의 두부 맛을 주기 위해 유통기한을 강제로 줄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내일도두부>에 가면 뜨끈뜨끈한 두부를 살 수 있고, 이 두부는 어떠한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먹어도 아주 맛이 좋다.
<내일도두부>에선 즉석두부와 함께 두부를 포함한 식사도 판매한다.
두부집이면서 음식점인 것이다.
대표적인 식사는 강된장 톳비빔밥, 버섯불고기덮밥, 들깨순두부, 얼큰 순두부 등이며 생두부와 두부부침도 있다.
나는 갈 때마다 강된장 톳비빔밥을 먹는다.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강된장과 톳 그리고 밥을 비빌 때 넣는 순두부가 매우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얼큰순두부가 좋다.
청양고춧가루로 매운맛 을 내고 순두부를 넉넉하게 넣었다.
계란이 빠졌지만 오히려 개운한 맛을 낸다.
두부는 한 모에 4,000원(식당에서 먹는 것은 7,000원), 식사류는 7,000~8,000원 수준이다.




장터에서 호호 불어가며 먹는 옛날 호떡의 맛

“1986년부터 호떡을 구웠어요.
총각 때였는데 남대문시장 새로나백화점 앞에서 호떡을 처음 굽기 시작했죠.
장사가 잘될 땐 한 장에 100원 하는 호떡을 하루에 백만 원어치씩 팔았어요.”
마천중앙시장 작은 포장마차 <옛날호떡> 사장님은 자신의 호떡 이력을 아주 기분 좋게 들려주었다.
그의 호떡 경력은 자그마치 32년, ‘생활의 달인’ 호떡 편에 나온 달인들 중엔 사장님께 기술을 배운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장님의 32년 시간은 그가 굽는 호떡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간과 정성이 밴 호떡은 맛이 좋았다.
여간해선 단 음식을 먹지 않는 내게도 이 호떡은 훌륭했다.
“호떡을 맛있게 구우려면 중요한 게 뭐예요?” 묻는 나의 질문에 사장님은 “온도와 반죽이죠”라고 답했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호떡을 오래 구워야 하고 그러면 호떡 안의 설탕이 완전히 녹아 먹을 때 줄줄 흐르기 마련이다.
적절한 온도에 구워야 반죽이 제대로 익고 설탕이 완전히 녹지 않아 흘러내리지 않는다.
실제로 이 집의 호떡은 다 먹을 때까지 설탕이 흘러내리지 않았다.
요즘 어지간한 호떡집은 대부분 반죽을 사서 사용한다고 한다.
반죽을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귀찮음을 견뎌야 맛있는 호떡이 나온다.
이 곳 호떡 반죽엔 찹쌀과 검은 깨를 넣었다.
찹쌀로 쫀득함을 더하고, 검은 깨로 씹는 맛과 시각적인 만족감을 올렸다.
호떡 소는 흑설탕을 기본으로 다양한 씨앗을 넣는다.
달면서 고소한 이유가 바로 다양한 씨앗 덕분이다.
한 장에 1,000원, 주문이 밀리지 않으면 주문하는 즉시 매우 빠른 속도로 구워준다.
잘 구워진 호떡은 프랑스식 디저트를 압도한다.




상인이 더 즐거운 시장, 마천중앙시장

시장 구경은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재미있다.
대형마트가 시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절대로 대신할 수 없는 매력이 있으니 바로 사람과의 교류다.
시장의 단골 가게에 가면 아는 체해주는 가게 주인이 있고, 이 주인은 덤을 챙겨주기도 한다.
마트의 시식 코너와는 비교할 수 없는 따듯함이다.
송파구 마천시장은 마트와 시장의 장점을 골고 루 갖추고 있다.
지속적으로 시설을 정비하여 쾌적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마천중앙시장은 1960년대 골목시장의 형태로 시작됐다고 한다.
송파지역 개발과 함께 시장의 규모도 함께 성장했고 현재 140여 개의 다양한 품목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다양한 식재료 상점부터 동네 마트까지 시장 안에 모든 게 있다.
즉석 어묵집, 질 좋은 해산물가게, 매우 가격이 저렴한 칼국숫집 등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상점들이 즐비하다.
특히 <홍두깨칼국수>의 한 그릇에 3,000원 하는 칼국수가 가장 인기 있다.
서울의 다른 재래시장들이 쇠퇴하고 있는 것에 비해 마천중앙시장은 성장 중이다.
이런 배경에는 시장 상인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
마천중앙시장은 2013년 상인대학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상인대학원을 운영,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시장 내 간판은 모두 작아도 깨끗하게 걸려 있고, 자칫 지저분할 수 있는 바닥도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상점 별로 판매하는 물건을 손님 눈에 더 잘 띄도록 진열해두었으며 카트도 운영하고, 고객 휴게실은 물론 공용주차장까지 마련해두었다.

<내일도두부> 서울시 송파구 마천로 45길 30
<옛날호떡> 서울시 송파구 마천로 281







필자소개 윤혜자
책을 비롯한 다양한 컨텐츠를 엮는 기획자로 일했다.
나이 들어 결혼, 아침을 안 먹으면 하루 일과를 시작 못 하는 남편과 살며, 그리하여 즐거이 매일 아침밥을 지어 상을 차린다.
손수 밥을 지어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고 음식 공부를 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동네 술집과 밥집을 어슬렁거리며 맛있고 즐거운 음식점을 만나면 여기저기 소문내는 일을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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