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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라의 밀양댁 엄마 손 밥상 - 동글동글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며<장국(새알심 미역국)>

이미라의 밀양댁 엄마 손 밥상

글과 사진 이미라



동글동글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장국(새알심 미역국)

차로 15분 거리에 친정이 있지만 자주 들르지는 못 한다.
잠시 들를 때도 집 안에만 머물다 오곤 하는데 얼마 전 동네 구석구석을 산책할 기회가 있었다.
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릴 때 있었던 가게들이 아직도 몇몇 남아 있긴 했지만 시골 마을의 쇠락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특히나 안타까웠던 점은 오일장이 열리던 장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주차장이 되어버린 장터에는 장날이면 온갖 난전들이 펼쳐졌다.
시골 구석구석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몰려와서 항상 북적였다.
장터 한구석에는 커다란 솥을 걸어놓은 밥 집이 있었는데, 앉은뱅이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서 낯선 이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음식을 먹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곳은 아버지의 사촌 형수님이 젊은 시절부터 운영하던 곳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장국’이었다.
장에서 팔아서 장국인지, 아니면 집장으로 간을 해서 장국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거기 앉아서 장국 한 그릇 먹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장국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새알심 미역국’쯤 되겠다.
나는 ‘똥글 수제비’라고 불렀었는데, 미역국에 동그란 새알심이 들어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추억의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 면서 ‘장국’을 끓여보기로 맘먹고 엄마께 새알심 만드는 법을 여쭤보았다.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만드는 새알심은 보기에는 그냥 동그란 찹쌀 구슬같이 보이지만 은근 만들기 까다롭다.
보통 슈퍼에 파는 건식 찹쌀가루는 물을 조금 넉넉히 부어도 되지만, 방앗간에서 불린 찹쌀을 갈아서 사용할 땐 물이 아주 소량 필요하다.
찹쌀가루에 멥쌀가루를 조금 섞어서 새알심을 만들면 끓였을 때 덜 퍼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역시나 엄마 스타일의 새알심을 만들기로 했다.
찹쌀가루의 물기에 따라서 물의 양은 달라지는데 중요한 점은 꼭 익반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찹쌀가루에 소금 한 꼬집, 뜨거운 물 한 숟가락을 넣고 계속 치대다 보면 날가루가 날리지 않고 뭉쳐지기 시작한다.
물은 조금씩 넣으면서 조절하는데 반죽이 질면 새알심이 퍼져서 먹을 수 없으므로 되다 싶을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
충분히 치댄 후 새알심 하나 분량만큼 떼어내고 손바닥에서 굴린다.
모양이 동그랗다고 완성된 것이 아니다.
계속 굴리고 굴려서 밀도가 조밀해져야 제대로 된 새알심이 완성된다.
장국에서 새알심만큼 중요한 것이 육수이다.
보통 미역국을 끓일 때 양지머리나 조갯살을 넣고 끓이지만, 장국은 멸치육수를 사용한다.
디포리(말린 밴댕이)를 함께 넣어도 좋다.
충분히 우려낸 후 집장으로 간을 하고 바글바글 끓이면 맛국물이 완성된다.
여기에 불린 미역을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쳐서 넣고 끓이다가 새알심을 듬뿍 넣는다.
새알심은 금방 떠 오르는데, 그럼 다 됐다는 신호다.
마무리로 참기름 한 방울 톡 떨어뜨리면 담백한 맛이 일품인 장국 완성!
새알심은 바로 사용해도 되지만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후 사용하면 더 탱글탱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넉넉하게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팥죽이나 호박죽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문득 외할머니의 호박죽에 가득 들어 있던 새알심이 떠오른다.
새알심이 들어가는 음식들은 모두 추억 돋는 음식들인 것 같다.



필자소개 이미라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쳤으나 고향 남자와 결혼해서 고향에 살고 있는 밀양댁.
1961년부터 이어 져온 <청학서점>의 안주인이자, 독서모임 <다락방>, <멜로디>의 리더.
두 아이의 엄마로 사교육을 멀리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보약 한 번 안 먹이고 오로지 밥의 힘으로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열심히 집 밥을 차리고 있음.
비전문적인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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