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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문화 채집단 - 젊은 필진들이 선별한 이달의 문화

두근두근 문화 채집단
 
영감과 만족을 주는 것이면 장르를 불문하고 무엇이든 OK!
통통 튀는 젊은 필자들이 취향껏 선별한 각종 문화 정보를 소개합니다.



도서관 좋아하세요?





우리에게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책을 빌리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그러니까 특정한 목적을 갖고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볼 수 없는 도서관 안쪽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 버클리 대학,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등 공간과 지역을 해부하는데 도가 튼 다큐멘터리의 거장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이 이번엔 뉴욕공공도서관을 속속들이 구경시켜준다.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사서를 비롯해 전화 상담원, 강사, 미화원, 관광객의 모습은 물론, 임원진 회의와 심지어 열람실의 이용객들이 보고 있는 모니터 화면까지 볼 수 있다.
뉴욕 곳곳에 총 92개의 건물이 있는 공공시설이자 아카이브, 교육기관 또는 누군가의 일터로서의 도서관이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록,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도서관이 견지하는 가치를 통해 현대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노장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박지형



아픔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방식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할머니가 젊은 남자에게 영어 과외를 받게 된다.
어느 날, 수업을 듣던 할머니가 남자에게 가족 이야기를 묻는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영어로 아픈 과거를 이야기한다.
“아이 엠 파인” 정도밖에 말할 줄 모르는 할머니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할머니는 이야기가 끝나 자마자 “힘들었겠네” 라고 말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남자가 깜짝 놀라 “알아들으셨어요?”라고 묻자 노인은 이렇게 답한다.
“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
만약 남자가 자신의 슬픔을 할머니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하며 엉엉 울고 책상을 뒤엎었다면, 보는 이는 오히려 덜 슬펐을거다.
슬픔과 아픔 심지어 기쁨도, 제대로 전하고자 한다면 그 이름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
사실 <아이 캔 스피크>는 할머니가 당했던 폭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정확하게는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같은 문제를 두고 이전의 한국 영화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었다.
자극적으로 폭력을 다루거나 지나치게 설명을 덧붙었다.
적어도 이 영화는 폭력을 폭력이라 말하며 관객의 박수를 받겠다는 천박함을 떨쳐낸 점에서 응원받을 만하다.
박선아



하찮은 것에는 특별함이 있다

<목신마을 목수의 목재가구들> 이세일




얼마 전 군산아트페어에서 본 이세일 목수의 목공예 작품과 가구들이 자꾸 생각난다.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는 숟가락들, 의자 다리가 곧지 않고 안팎으로 슬쩍 벌어진 비정형 스툴, 책 두어 권 꽂아두고 읽을 수 있도록 적당히 홈이 파여 있는 긴 의자 등을 한참 동안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세일 목수의 가구들은 육중하지 않고 날렵한데 그것은 ‘불필요하게 튼튼한 디자인은 부담스럽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해남 목신마을에 사는 그는 수입 목재 대신 간벌 한 뒤 버려진 뒷산 나무들이나 거센 바람에 쓰러진 나무로 이런 가구들을 만들고 있다.
기계 작업을 선호하지 않고 본인의 목공 도구까지 직접 만들어 쓰는 일이 많다고 하니 확실히 고집이 좀 있는 목수랄까.
손때 묻은 수공구들을 아끼는 만큼 손작업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손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사포질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직접 만든 손도구로 우리 나무를 다듬어 소나무 접시와 고염나무 숟가락 등을 느리게 완성해내는 그의 방식을 응원하고 싶다.
‘하찮은 것에는 특별함이 있다.’
이세일 목수가 인스타그램에 써둔 문장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만든 물건이라서 더 좋은 것 같다.
김미경



다정하고 현명한 어느 피아니스트의 말

책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 앤드루 하비




인간이 바뀌는 세 가지 방법은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며 가장 헛된 것은 결심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에 담긴 의미가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하는 결심은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이다.
제자가 초대한 모임에서 예기치 않게 에단 호크와 앤드루 하비라는 새 친구를 사귄 것이 은퇴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의 삶을 바꾸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이 우리 존재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진 그들은 시모어의 집에서 함께 피아노 연주를 들은 날 에단 호크 감독, 시모어 번스타인 주연의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제작을 확정한다.
당시 시모어는 86세였다.
책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은 영화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앤드루가 시모어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직업적 정체성과 개인적 정체성 간의 모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등 여러 통찰력 있는 물음과 답들이 있지만 인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시모어의 이야기가 가
장 마음에 와닿았다.
언제나 바로 거기서부터 많은 것들이 바뀌기 때문이다.
한지운



한 앨범 속에 담겨 있는 다채로운 음악들

음악 EP <여름깃> 새소년




얼마 전, 귀가 버스 안에서 ‘새소년’의 첫 EP <여름깃>을 듣고 감격해 그만 입 밖으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황소윤(기타&보컬), 문팬시(베이스), 강토(드럼)로 이뤄진 3인조 밴드 새소년.
‘새소년’ 의 ‘새’는 ‘새로움’과 ‘날아다니는 새’ 둘 모두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내게 이들의 음악은 확실히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중성적인 느낌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매끄럽고 유연한 베이스라인, 어딘지 생경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마력적인 드럼 비트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새소년의 음악은 그간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한 음악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이다.
블루스 사이키델리 신스팝 등의 장르가 다채롭게 담겨 있는 이들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마치 여러 밴드의 음악을 한 곡씩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첫 EP 발매 기념 공연을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시키고, 참가하는 공연마다 매진 세례를 기록하고 있는 화제의 밴드, 새소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자.
신영배



마음 속 풍경에서 나중에 발견하는 것들

책 <메리> 안녕달




“우리는 소도 없고 닭도 없고 개도 없고. 우리도 강생이 한 마리 키우자.”
설날 아침 할아버지의 말에 그날 저녁 하얗고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집으로 찾아오게 된다.
할머니는 언제나 그랬듯 강아지에게 ‘메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두꺼운 연필 스케치와 색연필로 채색된 그림책 <메리>는 우리가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시골 풍경을 담담히 묘사 한 책이다.
사람 좋아하는 개가 마당에 묶여 있는 풍경.
아이들이 가끔씩 나와 놀아주고 먹을 것을 나눠 먹기도 하는 풍경이 그려져 있다.
메리가 집에 온 것처럼 메리가 낳은 새끼들도 다른 이웃들의 집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이 책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따뜻하고 푸근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림과 연필로 적어 넣은 시골사람들의 대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경우에는 무언가를 자기 방식대로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 때문이었다.
작가는 본 것을 그렸고 들은 것을 적었다.
나는 이 책이 한 시절의 풍경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 안 좋은 것을 특별히 드러내지 않고 담담히 묘사한 그림이니까 사람들은 책을 보고 아주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리라 예상된다.
나처럼 동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려진 메리의 삶에서 참담함을 느끼기도 할테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자체로 시골 한 구석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전진우



슬쩍 올라타고 싶은 그들의 음악여행

다큐멘터리 <음악여행> 휴고 주텔




첫 장면의 무대는 한 초등학교 놀이터 정도로 짐작된다.
놀이터에서 버스, 다시 한 저택의 거실로 배경을 옮겨가며 연주를 이어가는 밴드의 인원은 많아졌다 적어지기도 하고 적어졌다 많아지기도 한다.
키보드를 연주하던 이가 실로폰을 치기도 하고 기타를 들고 있던 이의 손이 베이스를 잡고 있기도 하다.
메르몽트(Mermonte)라는 프랑스 밴드와 함께하는 음악여행을 다룬 이 영화의 원제는 ‘온 어 미션(Onamission)’.
‘사명감을 띠고’라는 뜻의 의미심장한 제목과는 달리 연주하는 이들의 얼굴은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다.
아직 단풍을 만끽하기도 전 갑작스레 찾아온 겨울 추위 덕에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는 이가 있다면, 잠시 힘을 빼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이십 몇 분 정 도 그들의 ‘미션(Mission)’이 담긴 여정을 함께하면 좋겠다.
나누어보고 싶은 영상을 글로 쓰려니 들뜬 마음에 손가락이 꼬인다.
유튜브에서 ‘Onamission’을 검색하면 작품을 볼 수 있다.
박윤혜



누가 이들을 살인자로 만드는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어떤 고백의 기록>




영화 < 재심 >으로 대중에게 유명해진 박준영 변호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누명을 쓴 이들의 재심을 청구해 몇몇 사건을 무죄 로 이끌어낸 인물이다.
결정적 증거가 발견되고, 심지어 진범의 자수가 있는데도 경찰은 죄 없는 시민을 범인으로 둔갑시킨다.
이 참담한 현실을 두고 박준영 변호사는 사회가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이러한 사건이 거듭 발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나는,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에 상관없이 모든 이를 공평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가.
<어떤 고백의 기록>은 그 반성의 시간에 만난 다큐멘터리다.
영상은 1980~199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강력사건들을 하나씩 비춘다.
끔찍한 살해현장의 범인으로 누명을 쓴 이들은 모두 사회가 만든 ‘믿을만한 사람’의 기준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언론과 경찰의 합작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드는 무서운 힘이 있다.
이 정직하지 못한 세상에서 어머니, 아버지, 누나를 죽인 범인으로 몰려 종신형을 복역 중인 아티프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계속 머리를 맴돈다.
“정의는 당신이 결백하다는 이유만으로 구현되지 않습니다.”
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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