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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인터뷰 - '대학생이세요?'란 흔한 질문이 주는 폭력 <대학 입시 거부 운동 단체 <투명가방끈>>
따뜻한 인터뷰

인터뷰 신영배
사진 김영민



대학 입시 거부 운동 단체 <투명가방끈>

‘대학생이세요?’란 흔한 질문이 주는 폭력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에 달한다고 한다.
이 엄청난 수치의 영향 때문일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청년=대학생’이란 생각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갖고 있는 것 같다.
또 우리가 이십 대 청년과 마주했을 때 가장 흔히 묻는 질문 역시 ‘대학생이세요?’일 것이다.
반면 대학이란 선택지를 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 질문이 폭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 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 사회에서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의 방향성은 무수히 많다.
대학도 그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과 남은 선택지를 흑백 논리로 이분화시키고 있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대학을 선택한 자는 옳은 선택을 한 자로,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자는 틀린 선택을 한 자로 구분한다.
이런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만든 잣대는 삶을 계급화시키고 불평등하게 만드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내가 이달에 만난 <투명가방끈>은 학벌주의와 학력 차별, 입시 경쟁 교육, 왜곡된 대학 교육 등을 반대하며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단체이다.
투명가방끈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위에 나열한 사회적 문제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먹고살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서, 학비를 댈 형편이 못 돼서, 대학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대학 입시와 대학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포함돼있다.
이는 대부분 대학 입시는 필수라고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다양한 이유로 대학이 거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이다.
모두가 대학을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 학력과 학벌로 인간의 모든 재능과 가능성을 재단하는 편견에서 비롯된 교육, 대학을 나와서도 취직이 안 되는 청년실업의 상황, 취업 후에도 일을 위한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비합리적인 현실에 관해 인식의 변화를 용감하게 외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이름은 <투명가방끈>이다.

<투명가방끈>을 대표해 인터뷰에 참여한 난다 님(좌)과 공현 님.



잘못된 교육과 사회를 향한불복종 선언


<투명가방끈>이란 이름이 굉장히 독특해요. 어떤 단체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난다 <투명가방끈>은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한 거부자들과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함께 활동하는 단체예요.
저희 <투명가방끈>은 학력 · 학벌주의, 입시 경쟁교육, 왜곡된 대학 교육 등을 반대하며, 소위 가방끈으로 표현되는 차별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함께 활동하고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어요.


오늘 여기 모인 두 분은 언제부터 <투명가방끈> 활동을 시작했나요?

난다
당시 열아홉 살 수험생 친구 다섯 명이 처음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제안하고 시작했어요.
저는 이미 스무살이 넘은 상황이었고, 어쩌다 보니 대학 입시를 치루지 않은 채로 살고 있었는데요, <투명가방끈>이란 단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왠지 저와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이란 생각에 활동을 함께하게 됐어요.
공현 <투명가방끈>이 생길 당시, 저는 대학에 적(籍)을 두고 있었는데요, ‘대학입시거부선언’ 준비를 하고 있던 친구들이랑 그전부터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함께하고 있었어요.
그 무렵 전 대학 졸업을 안 하고 자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왔을 때 바로 합류했어요.
또 현재는 ‘대학입시거부선언’과 ‘대학거부선언’을 구분 짓지 않는데요,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처음 하게 된 해에 저나 난다처럼 수험생이나 입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였거든요. 이 사람들끼리 ‘대학거부선언’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대학거부선언’까지 하게됐어요.


책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를 보면 공현 님처럼 대학을 다니다 <투명가방끈>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대학에서 어떤 문제를 보고 경험했나요?

공현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는 사람들 중, 대학의 시장화 혹은 기업화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또 자신의 삶에 굳이 대학이 필요 없기 때문에 대학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렇듯 대학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결이 다 다르죠.
저 같은 경우, 입시를 통한 대학의 서열화와 대학 졸업 결과로 사회적 차별을 받는 상황 등에 큰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 대학에 관해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한다는 건 앞서 나열한 이유와 더불어 여러 현실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사회에선 대학은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대학을 나와야만 사회적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느낀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학력 · 학벌주의에 관한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 외에 <투명가방끈>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난다
사실 대부분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롯이 <투명가방끈> 활동에 집중하긴 어려운 상태예요.
지난해는 ‘대학입시거부선언’ 외에 내부 세미나에 집중했던 한 해였어요.
예를 들어 ‘최근 자질과 능력을 중시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학력?· 학벌 차별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걸 소위 ‘능력주의’라고 하더라구요.
이 능력주의에 관해 아직 저희 내부적으로도 명확한 기준과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이고,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 우리의 담론으로 삼고 설명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관련 서적도 찾아 읽어보고, 세미나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교류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그 외에 다른 활동이라면 지금 여러 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희 <투명가방끈>도 여기에 함께 동참해 활동하고,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어요.


<투명가방끈>이 주장하는 차별금지법 내용은 어떤 것들인가요?

난다
가장 중점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은 ‘학력 · 학벌에 따른 고용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면서 <투명가방끈> 회원들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뀔까’에 관
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혹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단순한 기본법 제정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예를 들자면 ‘한 사람이 어떤 이유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식의 내용이요.
만약 차별을 겪었을 경우, 해당 기관이나 대상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시정 후 관행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의 책임은 사회 지자체나 국가에 있다는 걸 명시하는 것까지의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이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실은 차별이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함께 바꿔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학교 교육에서부터 차별을 정당화하는 걸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면 당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너희지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OO역 간다’라는 말을 자주했어요.
그 ‘OO역’엔 지방대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었거든요.
교사들이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공부 안 하면 지방대 간다는 말을 협박처럼 하는 거예요.
하지만 저 역시도 당시에는 ‘그래, 그렇게 되면 내 인생은 망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많은 청소년들이 어릴 적부터 이런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에 이런 차별을 마치 습성처럼 지니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인식의 전환과 차별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에 관해 고민한다면 교육에서부터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 같아요.




<투명가방끈>의 관련 기사를 보면 생각보다 공격적인 댓글이 많아서 놀랐어요.
예를 들어 ‘너희들의 실패를 합리화하지 말아라’, ‘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대학을 나온 것이다’ 등의 댓글이요.

공현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즉 먹고살기 위해 대학을 진학했다는 걸 인정하는 댓글이어서 그렇게 마음 상하거나 충격을 받진 않았어요.(웃음)
치 인지 부조화 현상처럼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원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과 다른 길을 가고있는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에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도 우리 사회의 학력 · 학벌 차별 문제에 관해 고민하거나 갈등한 적이 있고, 그로 인해 대학 입시의 길을 선택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옳고, 당신은 틀리다’라고 말하기보다 저희가 지향하고 있는 ‘전체의 행복’에 관해 다 같이 생각해보고자해요.
저희를 비난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선택과 고생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을 갖는 것 같거든요.


비(非)대졸자로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차별을 겪었던 적은 없었나요?

난다
채용 공고 조건이 대부분 ‘대졸 이상’인 경우일 때가 많아 애초에 지원을 못 하는 경우도 많았고, 아르바이트 역시 ‘휴학생 우대’ 또는 ‘대학생 우대’라고 쓰여 있으면 저도 모르게 조금 머뭇거리게 되더라구요.
또 한때 청소년 인권 강의 교육 강사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요, 기관마다 강사의 학위나 타이틀에 따라 강사비가 다르게 책정돼 있었어요.
아무 학위도 없는 저는 당연히 최저 강사비를 받을 수밖에 없었죠.
공현
대학 자퇴 후, 청소년 인권 관련해 한 교육청이 진행하는 연구 팀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대학 졸업자가 아니란 이유로 정식 연구원이 되지 못했어요.
당시 프로그램 내용은 그 안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생해 만들었지만, 결국 ‘연구 보조’란 타이틀이 제 이름 옆에 기입되더라구요.
또 창업이나 주거 등의 청년 지원정책 사업을 놓고 봤을 때, 지원 가능 대상자 대부분이대학(원)생 혹은 사회 초년생이란 이름으로 취업을 바로 한 사람들 위주예요.
비(非)대학생이나 안정된 직장에서 임금 노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정책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죠.


그렇다면 학력 · 학벌에 관한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공현
저는 대학 서열화를 폐지하고 평준화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차별금지법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차별금지법이 재정된다고 해도 당장 우리 사회의 모든 차별이 사라지지 않듯, 대학
평준화 역시 시행된다고 해도 한순간에 대학의 서열화나 경쟁이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역시 분명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해외 여러 나라 사례들을 보면 대학 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많아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문대가 없고, 의술이라든지 특수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는 것 이외에 자신의 선택에 따라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있어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사회가 이 지구에 여럿 존재한다는 거죠.
또 전체 학생 중, 대학에 진학하는 인원이 오히려 소수인 나라도 있구요.
주변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득 두 분에게 대학이란 곳은 어떤 의미의 공간인지 궁금해요.

난다
학창시절엔 저도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투명가방끈> 활동을 시작했고, 그 후에도 솔직히 몇 년간은 대학생이란 타이틀을 부러워했어요.
그때 제 결심이 많이 흔들렸고, 불안한 시기였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 저에게 대학은 단순히 배움의 공간이자 하나의 학교일 뿐이에요.
<투명가방끈>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학입시와 대학 서열화로 인해 힘들어하고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사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대학은 마땅히 바뀌어야 하는 곳이란 생각이 드는 정도의 공간이에요.
공현
사실 대학이란 곳은 교육 과정 중에서도 굉장히 특수한 곳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에 반해 우리 사회나 일반 사람들이 대학을 일반적인 교육 과정의 한 과정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진정 대학이란 공간이 학문의 장이나 연구의 장이라고 한다면 한 사람이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주제로 공부를 했느냐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어느 대학, 어느 학과인지 또 학사인지, 석 · 박사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출신 대학의 서열과 타이틀에 따라 한 사람의 등급을 결정해버려요.
런 현실이 문제인 거 같아요.


결국 계층 간의 불화와 차별을 타파하는 일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진로 결정을 너무 다그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난다
‘대학입시거부선언’에 참여한 한 분도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진로를 빨리 결정하길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대학을 가지않겠다’고 말했더니 ‘그럼 뭐 할 건데?’, ‘취직할 거야? 무슨 일을 할 건데?’라는 질문이 쏟아지더래요.
그분에게 그 질문들은 마치 자신을 다그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이 사회가 자신의 진로에 관해 고민하고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분의 말에 깊이 공감했던 거 같아요.
또 이 사회는 한 우물만 파길 강요하거나, 마치 인생엔 답이 있고, 그 답을 빨리 찾는 게 성공하는 거라는 시선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후에 관심사가 달라져 다른 길을 걷는 것에도 사람들의 마음이 열려 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진로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와 시선들이 많은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공현
저는 진로가 곧 직업 선택이고, 교육은 그 직업에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시선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교육이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곳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즉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여러 가지 폭넓은 생각을 할 수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우리사회의 교육은 뭔가 쓸모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딱 정해놓으니까 선택도 일찍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만
연해지는 것 같아요.


두 분이 생각하는 노동 그리고 노동의 가치는 어떤 것인가요?

난다
다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고 말해요.
그런데 사람마다 살아가는 시간과 그 속도가 다르잖아요.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인 것들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대학 진학,?취업,?결혼 등….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야 정상적인 삶이라는 걸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노동이라는 것도 어느 나이와 시기에 일을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고, 반대로 나이가 너무 많으면 일할 자리를 얻기가 정말 힘들잖아요.
프레임이 너무 좁게 형성돼 있는 같아요.
그 프레임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거죠.
이런 생각과 프레임이 변한다면 노동의 가치도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해요.
아, 최근 <걷기왕>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영화 결말이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주인공이 경보를 통해 꿈을 찾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영화가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결승선을 앞두고 지친 주인공에게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부추기는데 주인공이 ‘아, 그냥 안 할래요’ 하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와요.
이상하게 제겐 그 대답이 위로로 다가왔어요.
문득 ‘우리에게도 이런 포기가 한 번쯤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공현
노동의 가치를 ‘임금’으로 평가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일한 게 회사에 얼마나 이득이 됐느냐’로 판단하는데 저는 과연 그것들로 가치를 제대로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있어요.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협업으로 이뤄지고,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협업이 없더라도 누군가 만들어놓은 인프라와 선례들을 통해서 이루어지니까요.
기업은 특히 더 그렇겠지만, 사원 모두가 함께 일하고 그게 잘 맞아 돌아갔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인데, 그게 과연 개인의 성과나 노동의 결과로만 평가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있는 거죠.


현재 <투명가방끈> 혹은 본인은 어떤 시절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공현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한 사람들은 이 선언을 끝내고 나면 어쨌든 교육 문제의 당사자에서 벗어나는거잖아요.
앞으로 비(非)대졸자로서의 차별과 삶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력 · 학벌 차별의 교육 문제에 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에 관한 딜레마가 있어요.
지금은 대학 거부자들이 겪는 차별에 집중하되 교육 정책에 관한 목소리도 꾸준히 내면서 이런 딜레마를 조금씩 정리해나가고 있어요.
올해 <투명가방끈>의 활동은 어떨지 궁금해요.
난다
올해는 차별 경험에 관한 사례 조사를 심층적으로 해보기로 했어요.
‘대학 입시를 포기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한 조사가 있긴 한데요, 저희의 사례 조사 취지는 ‘이런 것도 차별인가?’라고 이야기되는 부분들을 좀 더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 그동안 우리가 무심결에 행하고 받은 차별과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차별 경험에 관한 사례 조사를 하려고 해요.
그리고 이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려고 준비 중이에요.




투명가방끈 <투명가방끈>은 2011년, 뜻있는 고3 청소년 5명이 ‘대학입시거부’를 제안하면서 처음 만들어졌고,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한 거부자들과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단체이다.
<투명가방끈>은 학벌주의와 학력 차별, 입시 경쟁 교육, 왜곡된 대학 교육 등을 반대하며 획일화된 교육과 차별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함께 활동하고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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