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가방끈>이란 이름이 굉장히 독특해요. 어떤 단체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난다 <투명가방끈>은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한 거부자들과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함께 활동하는 단체예요.
저희 <투명가방끈>은 학력 · 학벌주의, 입시 경쟁교육, 왜곡된 대학 교육 등을 반대하며, 소위 가방끈으로 표현되는 차별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함께 활동하고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어요.
오늘 여기 모인 두 분은 언제부터 <투명가방끈> 활동을 시작했나요?
난다
당시 열아홉 살 수험생 친구 다섯 명이 처음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제안하고 시작했어요.
저는 이미 스무살이 넘은 상황이었고, 어쩌다 보니 대학 입시를 치루지 않은 채로 살고 있었는데요, <투명가방끈>이란 단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왠지 저와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이란 생각에 활동을 함께하게 됐어요.
공현 <투명가방끈>이 생길 당시, 저는 대학에 적(籍)을 두고 있었는데요, ‘대학입시거부선언’ 준비를 하고 있던 친구들이랑 그전부터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함께하고 있었어요.
그 무렵 전 대학 졸업을 안 하고 자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왔을 때 바로 합류했어요.
또 현재는 ‘대학입시거부선언’과 ‘대학거부선언’을 구분 짓지 않는데요,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처음 하게 된 해에 저나 난다처럼 수험생이나 입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였거든요. 이 사람들끼리 ‘대학거부선언’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대학거부선언’까지 하게됐어요.
책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를 보면 공현 님처럼 대학을 다니다 <투명가방끈>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대학에서 어떤 문제를 보고 경험했나요?
공현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는 사람들 중, 대학의 시장화 혹은 기업화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또 자신의 삶에 굳이 대학이 필요 없기 때문에 대학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렇듯 대학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결이 다 다르죠.
저 같은 경우, 입시를 통한 대학의 서열화와 대학 졸업 결과로 사회적 차별을 받는 상황 등에 큰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 대학에 관해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한다는 건 앞서 나열한 이유와 더불어 여러 현실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사회에선 대학은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대학을 나와야만 사회적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느낀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학력 · 학벌주의에 관한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 외에 <투명가방끈>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난다
사실 대부분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롯이 <투명가방끈> 활동에 집중하긴 어려운 상태예요.
지난해는 ‘대학입시거부선언’ 외에 내부 세미나에 집중했던 한 해였어요.
예를 들어 ‘최근 자질과 능력을 중시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학력?· 학벌 차별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걸 소위 ‘능력주의’라고 하더라구요.
이 능력주의에 관해 아직 저희 내부적으로도 명확한 기준과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이고,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 우리의 담론으로 삼고 설명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관련 서적도 찾아 읽어보고, 세미나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교류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그 외에 다른 활동이라면 지금 여러 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희 <투명가방끈>도 여기에 함께 동참해 활동하고,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어요.
<투명가방끈>이 주장하는 차별금지법 내용은 어떤 것들인가요?
난다
가장 중점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은 ‘학력 · 학벌에 따른 고용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면서 <투명가방끈> 회원들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뀔까’에 관
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혹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단순한 기본법 제정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예를 들자면 ‘한 사람이 어떤 이유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식의 내용이요.
만약 차별을 겪었을 경우, 해당 기관이나 대상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시정 후 관행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의 책임은 사회 지자체나 국가에 있다는 걸 명시하는 것까지의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이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실은 차별이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함께 바꿔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학교 교육에서부터 차별을 정당화하는 걸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면 당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너희지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OO역 간다’라는 말을 자주했어요.
그 ‘OO역’엔 지방대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었거든요.
교사들이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공부 안 하면 지방대 간다는 말을 협박처럼 하는 거예요.
하지만 저 역시도 당시에는 ‘그래, 그렇게 되면 내 인생은 망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많은 청소년들이 어릴 적부터 이런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에 이런 차별을 마치 습성처럼 지니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인식의 전환과 차별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에 관해 고민한다면 교육에서부터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