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데이

문화
count
5,562
이미라의 밀양댁 엄마 손 밥상 -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손님맞이용 요리 <아롱사태 수육과 쌀국수>

이미라의 밀양댁 엄마 손 밥상

글과 사진 이미라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손님맞이용 요리


아롱사태 수육과 쌀국수





학창시절 가정시간, 칠판에 그려진 소 한 마리를 보며 소의 부위에 대해 배우던 기억이 난다.
등심, 안심, 우둔살, 양지머리, 홍두깨살, 사태…. 저걸 배워서 언제 써먹나 싶었는데,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아주 유용하다.
구이용으로는 등심과 안심이, 국거리용으로는 기름기 있는 양지머리가, 장조림용으로는 사태나 홍두깨살이 좋다는 걸 그때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롱사태’라는 예쁜 이름의 고깃덩어리를 발견했고, 사태의 한 종류이지만 소 한 마리당 0.7kg밖에 얻을 수 없는 귀한 부위라는 걸 알았다.
아롱사태는 보기에 아름다워 눈에 아롱거리는 고깃덩이라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아롱사태를 먹으면 소 한 마리를 먹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그 맛이 일품.
지방이 거의 없고 식감은 쫄깃하며 육향은 진하다.
아롱사태로 찜도 만들어보고 장조림도 만들어 보았는데 특유의 맛을 지닌 아롱사태는 삶아서 본디의 맛을 즐기는 것이 가장 맛있다.
아롱사태는 삶으면 삶을수록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힘줄을 제거하고 핏물을 1시간가량 뺀 후 월계수 잎, 통후추, 대파를 넣고 오래오래 삶으면 된다. 
음 아롱사태 수육을 만들었을 때 삶은 물이 기름기도 적고 너무 깔끔해 그냥 버리기 아까운 나머지 면포에 걸러 만둣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고기 삶은 국물을 이용한 최고의 요리는 ‘쌀국수’다.
베트남에서 먹던 쌀국수의 국물이 참 담백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롱사태 육수는 딱 그 맛이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다진 고추를 넣고 볶다가 피시소스(까나리 액젓)를 넣어 고명을 만들어둔다.
쌀국수 면은 1시간가량 찬물에 담가두고, 숙주와 푸른 잎채소(배추, 청경채, 부추, 파 등 취향에 따라 준비)를 썰어두면 준비가 끝난다.
라임이나 레몬을 한 조각 넣어야 하는데 레몬주스로 대신해도 무방하다.
삶아둔 아롱사태는 특유의 힘줄에 둘러싸인 모양 그대로 썰되 절대로 두껍게 썰면 안된다.
얇게 썰어서 널찍한 접시에 담고, 간장과 식초를 섞어 심심하게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다.
아롱사태 수육과 함께할 쌀국수는 재료만 준비해두면 금방 만들 수 있다.
불려둔 면을 체에 담아 끓는 육수에 담그면 반투명하던 면이 금방 희게 변한다.
그 면을 그릇에 담고 숙주와 야채를 올린 다음 레몬 한 조각과 고명을 듬뿍 올린다.
뜨끈한 아롱사태 육수만 부어주면 쌀국수 완성!
이름이 예쁜 음식에 관심이 간다.
모양새가 예쁜 음식에 눈길이 간다.
맛있는 음식에 손이 간다.
이를 다 만족시키는 요리가 ‘아롱사태 수육과 쌀국수’다.
손님맞이용 요리로도 손색이 없는, 내가 아주 아끼고 사랑하는 메뉴다.
마트에 들렀을 때 보기에 아름다워 눈에 아롱거리는 고깃덩이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담아오기 바란다.




필자소개 이미라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쳤으나 고향 남자와 결혼해서 고향에 살고 있는 밀양댁.
1961년부터 이어져온 <청학서점>의 안주인이자, 독서모임 <다락방>, <멜로디>의 리더.
두 아이의 엄마로 사교육을 멀리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보약 한 번 안 먹이고 오로지 밥의 힘으로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열심히 집밥을 차리고 있음.
비전문적인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
목록으로